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산타 할아버지

4. 기타/4.2. 미분류

by 창민 2018. 11. 19. 16:1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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6살 때쯤이었나, 저녁에 방에서 만화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들고 왔다. 빨간 옷 입고 흰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그 산타였다. 그 산타의 정체는 물론 유치원 선생님 혹은 원장이었겠지만 그런 사실을 꼬맹이가 알 리가 있나. 그때의 나는 산타를 실제로 만나고 있다는 기쁨보다는 놀람과 두려움이 더 컸다. 그래서 "이 산타 할아버지가 듣기로 요새 말썽을 자주 부린다던데 그러면 안 되지?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" 같은 말에 대답만 "네... 네..." 하는 게 고작이었다. ㅠ.ㅠ

<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, the city of lost children (1995)>

근데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난 그 산타 할아버지가 봉고차에 다시 올라타는 모습을 보았고, 또 그가 준 보라색 포장지에 감싸였던 선물은 며칠 전 엄마와 함께 샀던 메가레인저 로봇 장난감이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, 그럼에도 산타는 실존한다고 믿었다. 나중에 현실에 눈 뜨기 전까지 산타의 존재를 두고 논쟁을 할 때도 자신 있게 산타 실재측에 서서 강변하곤 했다. 지금 생각해보면 그 유치원 선생님의 열정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. 그렇게 봉고차 운전하면서 어린이 한 명 한 명의 추억을 남겨주고자 열심히 노력한 정성... 누군가의 좋은 추억을 남겨준다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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